한 회사가 네 브랜드를 함께 만드는 이유
어학원과 체육관과 소프트웨어 팀을 한 회사로 묶은 경영 판단의 셈법과, 그 구조가 청구하는 비용을 솔직하게 적었습니다.
아이는 한 명인데, 배움은 네 조각입니다
2025년 봄, 상담실에서 한 어머니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영어는 영어학원, 수학은 수학학원, 운동은 체육관에 보내요. 그런데 우리 애가 요즘 어떤 상태인지 아는 사람은 저밖에 없어요.” 저는 그 말을 한동안 잊지 못했습니다. 각 학원은 자기 과목 안에서는 성실합니다. 문제는 그 성실함이 과목의 벽을 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아이의 성장은 통합적입니다. 체력이 떨어지면 집중력이 떨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면 영어 단어가 안 외워집니다. 그런데 이 연결을 추적하는 주체가 시장에 없습니다. 학원도, 체육관도, 관리 앱도 각자 자기 조각만 봅니다. 이 문제가 어려운 이유는 명확합니다. 조각을 잇는 일은 품이 많이 들고, 그 품에 돈을 내는 사람이 따로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들 안 합니다. 저희는 여기에 회사를 걸었습니다.
네 개를 따로 차리지 않은 셈법
에픽어학원, 에픽프렙, 플레이핏, 루브릭. 업종만 보면 남남입니다. 어학원과 입시 교습, 체육관, 소프트웨어. 창업을 준비하던 2024년에 들은 조언은 대부분 법인을 쪼개라는 것이었습니다. 브랜드 정체성도, 투자 유치도, 나중의 매각도 그쪽이 깔끔하다고요. 맞는 말입니다. 그런데 직접 셈을 해 보니 다른 답이 나왔습니다.
첫째, 데이터가 공유됩니다. 2025년 9월 기준 에픽어학원과 플레이핏을 함께 다니는 아이가 37명입니다. 이 아이들의 출결과 수업 태도, 체력 변화가 루브릭 한 곳에 쌓입니다. 플레이핏의 Kwan이 “이 친구 이번 주에 수업 태도가 흔들리던데, 어학원 쪽은 어때요?”라고 물을 수 있는 구조는 회사가 하나라서 가능합니다. 법인을 쪼개는 순간 이 데이터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서 네 장 사이에 갇힙니다.
둘째, 커리큘럼 R&D가 한 번으로 끝납니다. 초등 고학년의 주의 지속 시간, 피드백 주기, 보상 체계 같은 연구는 영어 수업과 체육 수업에 똑같이 쓰입니다. 따로 차렸다면 같은 공부를 네 번 했을 것입니다.
셋째, 운영이 겹칩니다. 정산과 노무, 보험, 상담 프로세스를 한 벌만 만들면 됩니다. 법인 네 개를 따로 돌릴 때 늘어나는 회계와 노무 비용을 견적 내 보니 연 2천만 원이 넘었습니다. 인원이 열몇 명인 회사에 작은 돈이 아닙니다.
이 구조가 보내는 청구서
물론 공짜가 아닙니다. 2025년 봄에는 루브릭의 어학원용 출결 모듈을 플레이핏에 그대로 붙였다가 2주 만에 걷어냈습니다. 어학원은 주간 시간표로 돌고 체육관은 회차제로 도는데, 그 차이를 얕봤습니다. 코치들이 수기 장부와 이중 입력으로 버티는 동안 등록 오류가 9건 났고, 두 가정에는 제가 직접 전화를 드려 사과했습니다. 플레이핏의 회차제 출결은 9월에 다시 만들었고, 이번에는 코치들 옆에 두 주를 같이 앉아 있었습니다.
사람의 에너지도 나뉩니다. 저는 CEO이자 PO인데, 어학원 학부모 간담회와 루브릭 스프린트 리뷰가 같은 날 잡히면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얕아집니다. 브랜드가 넷이니 설명해야 할 메시지도 넷이고, 작은 팀이 그걸 다 지고 갑니다. Jamie가 “우리 회사 소개를 아직도 한 문장으로 못 하겠어요”라고 했을 때 같이 웃었지만, 뼈가 있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이 셈법이 맞는지 아직 확신이 없습니다. 시너지라는 단어는 장부에 찍히지 않습니다. 37명의 데이터가 정말 더 나은 개입으로 이어졌는지, 아니면 제가 보고 싶은 그림을 보고 있는 것인지, 분기가 끝날 때마다 스스로에게 다시 묻습니다.
그래도 당분간은 한 회사입니다
그래도 지금의 답은 같습니다. 쪼개면 브랜드 하나하나는 가벼워지지만, 저희가 풀겠다고 한 문제, 그러니까 조각난 배움을 잇는 일 자체가 사라집니다. 그 문제는 네 브랜드의 이음새에서만 풀립니다. 그래서 당분간은 이음새의 비용을 줄이는 데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셈은 앞으로도 계속 다시 하겠지만, 아이 한 명을 통째로 봐 주는 회사가 하나쯤은 있어야 한다는 생각은 아직 바뀌지 않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