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랙시스 피플 1화, 상담 데스크의 Eunice

프랙시스 피플 1화. 에픽어학원 상담 데스크의 Eunice가 학부모의 진짜 질문과 상담사의 일을 셀프 Q&A로 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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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 데스크에서 보낸 열 달

프랙시스 피플은 프랙시스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한 명씩 기록하는 시리즈입니다. 첫 회는 에픽어학원 상담 데스크에서 ELA 상담을 맡고 있는 Eunice입니다. 인터뷰 질문지를 건넸더니, 스스로 묻고 답하는 쪽이 편하겠다며 셀프 Q&A로 돌려보내 왔습니다. 질문지 절반을 도로 되물어 온 것에서 이미 상담사의 습관이 보였습니다.

“선생님, 솔직히 말해 주세요. 우리 아이가 늦은 걸까요?”

입사 첫봄부터 하루 네다섯 건의 상담을 하며 가장 자주 들었다는 문장입니다. 아래 답변은 Eunice의 말투 그대로 옮겼습니다.

상담사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가요

Q. 상담사는 결국 등록을 시키는 사람 아닌가요?

제일 많이 받는 질문이라 솔직하게 답할게요. 제 일은 등록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학습자를 이해하는 일이에요. 등록은 이해가 끝난 뒤에 따라오는 여러 결과 중 하나일 뿐이에요. 최근에도 두 가정에는 저희 수업 대신 다른 방향을 권해 드렸어요. 그게 그날 상담의 결론이었고, 저는 그 상담도 성공이었다고 생각해요.

Q. 학부모님들이 실제로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뭐예요?

첫 문장은 대부분 레벨 질문이에요. “몇 반에 들어갈 수 있나요?” 같은 거요. 그런데 30분쯤 지나면 진짜 질문이 나와요. “우리 아이가 늦은 걸까요?” “제가 뭘 놓친 걸까요?” 저는 이 두 번째 질문부터가 상담이라고 생각해요. 그 앞까지는 서로 조심스러운 탐색이에요.

Q. 상담할 때 나만의 습관이 있다면요?

답을 드리기 전에 질문을 하나 더 얹는 습관이 있어요. “아이가 책을 안 읽어요”라고 하시면 “마지막으로 끝까지 읽은 책이 뭐였는지 기억나세요?”라고 여쭤봐요. 그 질문에 답하시는 동안 부모님이 스스로 발견하시는 게 많거든요.

첫 상담에서 하지 않는 말

Q. 첫 상담에서 절대 하지 않는 말이 있나요?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늦어요”라는 말이요. 불안은 결정을 빠르게 만들지만 이해를 멈추게 해요. 처음 만난 아이를 단정하는 말도 하지 않아요. 40분 본 아이를 제가 어떻게 다 알겠어요. 그래서 진단 결과를 말씀드릴 때는 “오늘 본 모습으로는”이라는 단서를 꼭 붙여요.

Q. 잘 안 됐던 상담도 있었을 텐데요.

많죠. 상담을 시작하고 첫 몇 주는 커리큘럼 설명으로 40분을 다 채웠어요. 어느 날 한 어머님이 조용히 “설명은 홈페이지에서 다 봤어요”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날 노트를 다시 보니 아이에 대해 제가 물은 질문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 몇 주 동안 상담한 가정 중에 다시 연락이 온 곳은 절반이 안 됐고요. 그 뒤로 첫 15분 동안은 설명하지 않는다는 규칙을 만들었고, 상담 노트 첫 줄에는 그날 들은 문장 하나를 먼저 적어요.

Q. 가장 기억에 남는 상담은요?

지난 가을 어느 날, 3년 치 학원 시간표를 정리한 파일을 들고 오신 어머님이 계셨어요. 옆에 앉은 아이는 내내 말이 없었고요. 제가 아이에게 “읽다가 덮은 책 중에 제일 아까웠던 책 있어요?”라고 물었더니, 그 아이가 처음으로 고개를 들고 십 분 넘게 책 얘기를 했어요. 어머님이 상담을 마치고 가시면서 “애가 책 얘기를 이렇게 오래 하는 걸 처음 봤어요”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아직도 남아 있어요. 그 아이는 요즘도 수요일마다 데스크 앞을 지나가면서 읽고 있는 책의 진도를 저한테 알려 주고 가요.

함께 일할 사람을 떠올리며

Q. 상담사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은 뭘까요?

궁금함을 오래 유지하는 힘이요. 저는 상담 전에 수업 기록 시스템 루브릭에 쌓인 기록을 꼭 읽는데, 저에게 기록은 질문을 만들기 위한 재료예요. 이 아이는 왜 여기서 멈췄을까를 계속 궁금해하는 사람이 결국 좋은 상담을 해요.

Q. 어떤 동료가 오면 좋겠어요?

모르는 걸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분이요. 데스크에서는 즉답의 유혹이 정말 커요. 그런데 “확인하고 내일 전화드릴게요”라고 말하고 다음 날 진짜 전화하는 사람이 신뢰를 만들더라고요. 질문을 받았을 때 답보다 다음 질문이 먼저 떠오르는 분이라면, 저도 옆에서 배우고 싶어요.

프랙시스 피플 다음 화에서는 또 다른 동료의 책상으로 찾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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