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설팅은 설명될 수 있어야 합니다
입시 컨설팅은 왜 불투명한가. 에픽프렙이 모든 조언에 근거를 붙이기로 한 원칙과 그 대가를 셈해 봅니다.
아무도 “왜요?”라고 묻지 않는 시장
지난가을, 상담을 마친 한 학부모가 저를 따로 붙잡고 물었습니다. “다른 데서는 이 학교 쓰지 말라고만 하고 이유는 안 알려주던데, 여기는 알려줄 수 있어요?” 저는 그 자리에서 시원하게 답하지 못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때는 우리도 절반쯤 감으로 말하던 시기였습니다.
입시 컨설팅이 불투명한 데에는 구조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결과 검증은 1년에 한 번뿐입니다. 표본은 늘 작습니다. 합격하면 컨설팅 덕이 되고, 불합격하면 학생 탓으로 돌릴 여지가 남습니다. 그러니 “왜요?”라는 질문에 “경험상 그래요”라고 답해도 장사가 됩니다. 학부모 손에 비교할 데이터가 없기 때문입니다. 정보 비대칭 그 자체가 상품이 되는 시장이고, 이 구조는 파는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합니다.
우리라고 그 유혹에서 자유로운 회사일까요. 저는 아직 장담하지 못합니다.
모든 조언에 근거를 붙인다
그래서 에픽프렙을 만들면서 원칙을 하나로 좁혔습니다. 모든 조언에는 근거가 붙는다. 학교 리스트를 제안하면 그 학교의 합격 사례가 어떤 조건이었는지가 따라붙습니다. 점수대, 이수 과목, 활동의 결. “이 학교는 도전권입니다”라고 말하려면 비슷한 조건의 학생이 어떤 결과를 받았는지 숫자로 보여줘야 합니다. 얼마 전 한 상담에서는 학생과 조건이 비슷한 사례 네 건을 나란히 놓고 이야기했습니다. 같은 점수대에서 두 건은 붙고 두 건은 떨어졌는데, 갈린 지점은 과목 선택이었습니다. 그날 학부모의 질문이 “어느 학교를 쓰죠?”에서 “뭘 더 준비해야 하죠?”로 바뀌는 것을 봤습니다. 근거가 대화의 방향을 바꾼 순간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작년 하반기 내내 에픽어학원에 흩어져 있던 성적 데이터와 합격 사례를 조건별로 정리했습니다. 사례 한 건을 조언의 근거로 쓸 수 있게 다듬는 데 평균 40분이 걸렸고, 그렇게 만든 사례가 아직 세 자릿수에 못 미칩니다. 초라한 숫자라는 것을 압니다. 그래도 “경험상 그래요”보다는 낫다고 판단했습니다.
근거는 공짜가 아닙니다
대가는 바로 나타났습니다. 상담 한 건을 준비하는 데 평균 두 시간 반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원칙을 세우기 전에는 3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시범 상담 첫 주에 Jamie가 한 말을 아직 기억합니다. “근거 찾다가 상담이 밀려요. 감으로 했으면 오늘 세 건은 봤을 텐데 한 건 봤어요.”
잃은 것도 있습니다. 지난달에는 참고할 사례가 두 건뿐이라 특정 학교에 대한 판단을 보류했는데, 그 학부모는 “다른 데는 그 자리에서 답을 주던데요”라는 말을 남기고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빠른 확신을 파는 곳과 느린 근거를 파는 곳이 나란히 있으면 단기전은 전자가 이깁니다. 이건 그냥 인정해야 하는 사실입니다. 그 주에 팀과 셈을 다시 해 봤습니다. 이 원칙 때문에 놓치는 학부모가 열에 둘이라면, 남은 여덟과는 훨씬 오래 갈 수 있는가. 지금으로서는 계산이라기보다 믿음에 가까운 답만 있습니다.
근거를 붙이면 컨설팅은 느려집니다. 어려워집니다. 때로는 “아직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해야 합니다. 셋 다 매출에는 불리합니다.
그래도 이 셈이 맞다고 봅니다
셈을 끝까지 해 보면 이렇습니다. 감으로 한 조언은 틀려도 무엇이 틀렸는지 모릅니다. 근거가 붙은 조언은 틀리면 자산이 됩니다. 어떤 조건에서 예측이 빗나갔는지 기록이 남고, 다음 사이클의 조언이 그만큼 정확해집니다. 감은 개인에게 쌓였다가 퇴근과 함께 사라지지만, 근거는 회사에 쌓여서 남습니다.
산수로도 따져 봤습니다. 준비 시간이 다섯 배가 되면 같은 인원이 소화할 수 있는 상담은 5분의 1로 줄어듭니다. 이 간격을 메우는 길은 둘뿐입니다. 상담 값을 올리거나, 근거를 찾는 시간을 줄이거나. 우리는 후자에 걸었습니다. 사례가 정리될수록 다음 상담의 준비는 짧아져서, 첫 달에 두 시간 반이던 준비 시간이 지금은 두 시간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내려오는 속도가 충분한지는 올해 계속 지켜봐야 합니다.
다만 이 셈이 맞는지는 몇 번의 입시 사이클이 지나야 증명됩니다. 올해 결과가 나쁘면 이 글은 꽤 부끄러운 기록이 될 겁니다. 그 가능성을 알면서 남겨 둡니다. “그건 어떻게 아세요?”라고 묻는 학부모가 한 명이라도 늘어나는 편이, 우리에게도 이 시장에도 낫다고 믿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