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칭은 반복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기록이 8주째 멈춘 회원의 프로그램을 갈아엎으며 배운, 같은 동작을 다르게 반복시키는 코칭 이야기입니다.
8주째 같은 숫자
작년 11월, 저녁 고강도 클래스였습니다. 정원 12명, 바 떨어지는 소리로 시끄러운 수업입니다. 수업이 끝나고 기록판을 옮겨 적다가 손이 멈췄습니다. 작년 여름에 등록해 반년 가까이 빠짐없이 나온 회원이었습니다. 데드리프트가 8주째 110kg이었습니다. 500m 로잉 랩타임도 1분 52초에서 꿈쩍하지 않았습니다. 몸은 매주 왔습니다. 바를 쥐고, 당기고, 세트를 채우고 돌아갔습니다. 땀도 흘릴 만큼 흘렸습니다. 숫자만 그대로였습니다.
다음 주에 상담을 잡았습니다. 그분이 먼저 입을 열었습니다. “요즘 운동이 숙제 같아요. 오긴 오는데,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멈춘 랩타임보다 그 말이 더 무거웠습니다. 근육의 문제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상담 노트에 한 줄을 적었습니다. 반복이 지쳐 있다.
무게부터 올렸다가 2주 만에 접었습니다
첫 처방은 단순했습니다. 더 시켰습니다. 세트를 5개에서 8개로 늘리고 보조 운동을 두 개 붙였습니다. 정체는 자극이 부족해서 온다고 배웠고, 그때까지는 그렇게 믿었습니다. 벽은 밀어붙이면 넘어간다고요.
결과는 빨리 왔습니다. 나쁜 쪽으로요. 열흘째부터 바를 당기는 등이 굽기 시작했습니다. 2주째에는 “허리가 좀 뻐근해요”라는 말이 나왔고, 주 3회 나오던 출석이 주 1회로 줄었습니다. 벽을 넘기려다 사람을 벽으로 밀고 있었습니다.
제 실패였습니다. 지루함을 체력 문제로 잘못 읽은 겁니다. 프로그램을 멈추고 사과부터 했습니다. “제가 잘못 짚었어요. 일주일만 주세요. 다시 짜 올게요.”
같은 동작, 다른 반복
문제는 반복의 양이 아니라 반복의 결이었습니다. 1월에 프로그램을 통째로 갈아엎었습니다. 동작은 그대로 뒀습니다. 데드리프트, 스쿼트, 로잉. 바꾼 것은 반복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주 3회, 같은 동작을 셋으로 쪼갰습니다.
- 월요일은 템포. 3초에 내리고, 바닥에서 1초 버티고, 한 번에 밉니다.
- 수요일은 클러스터. 2회씩 다섯 묶음, 묶음 사이 휴식은 20초.
- 금요일은 랩타임. 로잉 500m 4회, 직전 랩보다 2초 깎기.
무게는 오히려 90kg으로 내렸습니다. 회원의 표정이 어두워졌습니다. “이러면 뒤로 가는 거잖아요.” 이해합니다. 무게는 눈에 보이고, 결은 보이지 않으니까요. 6주만 달라고 했습니다. 대신 매 세션 기록지를 같이 썼습니다. 그날의 템포, 그날의 랩타임, 그날 몸이 어땠는지 한 줄. 숫자가 다시 조금씩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6주가 끝난 지난달, 테스트 데이였습니다. 그분이 122.5kg을 당겼습니다. 바가 무릎을 지나는 순간 클래스 전체가 소리를 질렀습니다. 세션이 끝나고 그분이 물었습니다. “코치님, 이거 진짜 같은 운동 맞아요?” 저는 기록판에 새 숫자를 적었습니다.
반복이 지루해지기 전에
지금 플레이핏 성인 클래스는 이 경험 위에서 돌아갑니다. 같이 코칭하는 Jaden과 장치를 세 개 두었습니다.
첫째, 기록은 전부 화이트보드에 공개합니다. 어제의 나와 겨루는 판이 생깁니다.
둘째, 6주 블록마다 테스트 데이를 박습니다. 마감이 있어야 반복에 힘이 실립니다. 오늘의 지루한 템포 세트가 어디로 가는 반복인지 몸이 알게 됩니다.
셋째, 한 세션에 바꾸는 변수는 하나로 묶습니다. 템포를 바꾸면 무게는 그대로 둡니다. 무게를 올리면 휴식 시간은 손대지 않습니다. 변화가 겹치면 몸은 무엇이 통했는지 배우지 못합니다.
장치는 거창하지 않아도 됩니다. 매주 빠짐없이 굴러가는 쪽이 중요합니다.
이 장치들을 지키면서 알게 됐습니다. 좋은 코칭은 좋은 반복을 만드는 일입니다. 새 동작을 가르치는 시간은 사실 짧습니다. 코치의 일은 회원이 같은 동작을 다음 주에도 새 마음으로 쥐게 하는 것입니다. 글도, 회의도, 코드도 비슷하리라 짐작합니다. 실력은 결이 살아 있는 백 번의 반복에서 옵니다.